상품등록기 하나 만들려다 대시보드를 몇십 번 엎은 이야기 - 바이브 코딩 6주 현장 기록 2

백주영 약 10분 읽기

- 바이브 코딩 6주 현장 기록 2

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 Claude Code·Cursor로 뭔가 만들어보려는데 어디서 막힐지 궁금한 사람
- 쇼핑몰 상품 자동 등록 / 크롤링 / OCR 파이프라인 고민 중인 셀러
- "AI가 코딩 다 해준다"는 말에 혹했다가 현실 얻어맞은 사람

지난 글에서 2026년 1월 매출 반토막 맞고 터미널 연 이야기 했어요. 오늘은 그 다음 이야기. 상품등록기 하나 만들려고 시작했는데, 끝이 없었던 6주의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드는 데 성공했고, 2,000개 상품 자동 등록까지 돌아가는데, 지금은 거의 안 쓰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글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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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엔 신기했다 - "이게 되네?"
  2. 판촉물이라는 지옥의 카테고리
  3. OCR이 스캔만 하고 저장을 안 하고 있었던 날
  4. 크롤링은 로컬, 등록은 서버 - 왜 갈라졌나
  5. 카페24 쿠키 전송 우회기
  6. API 쓸까 말까 - 결국 썼다
  7. 현재 구조 - 7단계 파이프라인
  8. 진짜 깨달은 것 - 코딩보다 기획
  9. 그런데 왜 안 쓰냐고요?

처음엔 신기했다 - "이게 되네?"

2월 24일에 터미널 처음 연 뒤로, 며칠 만에 첫 상품이 등록됐어요. 아마 텀블러나 에코백이었을 거예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감동보다 짜증이 먼저였어요.

"이게 되네?"는 맞는데, 돌아가는 게 되게 얕은 버전이었거든요. 상품 제목, 가격, 대표 이미지 하나. 딱 이 정도. 실제로 판매할 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 그 나머지 90%를 채우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초기에는 "어? 금방 끝나겠는데?" 싶었어요. 한 주 정도면 완성판 나올 줄 알았어요. 근데 디테일을 채워갈수록 짜증이 배가 되더라고요. 올렸다 내렸다, 올렸다 내렸다. 상품 페이지에 뭔가 빠지면 내리고 수정, 다시 올리면 또 다른 게 틀림.

대시보드를 몇십 번 엎었습니다. 과장 아니고 정말로요.

판촉물이라는 지옥의 카테고리

판촉물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줄 몰랐어요. 3년 반 동안 손으로 등록할 때는 몰랐던 건데, 자동화하려니까 보이는 거예요.

공급처마다 인쇄 옵션 부과방식이 다 달라요:
- 어떤 공급처는 "인쇄 1도당 얼마"
- 어떤 공급처는 "수량 구간별 얼마" (100개 미만 / 100~500 / 500~1000...)
- 어떤 공급처는 "기본 인쇄 포함, 추가 색상만 과금"
- 어떤 공급처는 이 세 개가 상품마다 다르게 섞여 있음

색상·규격 표기도 제각각:
- "블랙/네이비/화이트" 텍스트로 나열
- 이미지에 색상 샘플만 있고 이름은 없음
- 엑셀로 옵션표 첨부
- 설명글 안에 섞여서 나옴

인증 정보:
- KC인증 번호가 텍스트로 있는 경우
- 이미지에 박혀 있는 경우 (OCR 필요)
- 공급처 메모에 "인증 정보는 따로 문의" 이러고 끝
- 심지어 인증 번호가 이미지 + 텍스트 둘 다 있는데 서로 다른 경우도 있음 ㅋㅋ

이걸 AI한테 "알아서 파싱해"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규칙을 제가 일일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이 공급처 바뀔 때마다 안 맞아서 재설계 반복.

OCR이 스캔만 하고 저장을 안 하고 있었던 날

제일 웃긴 사건이에요.

상품 이미지에서 KC인증·색상·규격을 뽑아내려고 Google Vision API(OCR)를 붙였어요. 이미지 한 장마다 스캔하고 텍스트 추출하는 구조. 잘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로그도 찍히고, 결과도 보이고.

며칠 뒤 확인해보니 DB에 아무것도 저장이 안 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뭐냐면, 스캔은 하고 있고, 결과도 뽑혔고, 그런데 "저장" 단계에서 뭔가 빠져서 매번 버리고 있던 거예요. OCR만 수천 번 돌린 셈.

다행히 Google 무료 크레딧 안에서 써서 실질 금전 타격은 없었어요. 근데 토큰비는 토큰비고, 날린 시간이 아까웠죠. "왜 데이터가 안 쌓이지?" 하면서 코드 여기저기 들여다본 시간.

이게 바이브 코딩의 진짜 함정이에요. 저는 소스를 직접 읽고 이해하질 못합니다. AI가 대신 해주니까요. 그래서 "겉으론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핵심이 빠져있는" 상태를 잡아내기가 제일 어려워요.

이 사건 이후로 저는 "로그 남기는 것만 믿지 말고 실제 DB에서 꺼내서 눈으로 확인"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AI한테도 매번 시켜요. "결과가 저장됐는지 SQL로 직접 조회해서 보여줘."

크롤링은 로컬, 등록은 서버 - 왜 갈라졌나

파이프라인이 왜 굳이 두 군데서 도는지 궁금하실 분들 있을 거예요. PC에서 돌리든 서버에서 돌리든 하나로 통일하면 깔끔하잖아요.

그런데 안 돼요.

  • 크롤링은 로컬 PC에서 - 공급처가 해외 서버(클라우드) IP를 차단해놨거든요. 저희 집 공유기 IP로는 들어가지는데, Vultr 서버 IP로는 튕겨요. 그래서 크롤링은 지금도 제 개인 PC에서 돌립니다.
  • 등록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 24시간 돌려야 하니까 PC 켜놓을 수는 없잖아요. 대량 등록은 서버가 맡음.

이 사이를 DB로 연결합니다. PC가 크롤링한 걸 서버 DB에 넣고, 서버가 그걸 꺼내서 등록하는 구조.

처음엔 이 구조가 아니었어요. 전부 서버에서 돌리려다가 차단 맞고, 전부 PC에서 돌리려다가 "밤에 PC 꺼놓으면 안 돌아감" 벽 만나고. 이리저리 옮기다가 결국 역할 분담으로 정리됐습니다.

이런 판단 하나하나가, 제가 경험이 없고 AI도 이 바닥 전문가는 아니니까 생각보다 많이 돌아가게 돼요. "원래부터 이렇게 설계했다"보단 "부딪혀서 이쪽으로 밀려났다"가 더 정확합니다.

카페24 쿠키 전송 우회기

서버에서 카페24에 상품을 등록하려니까 카페24도 차단을 하더라고요. 해외 서버 IP 인증은 통과 못 시키는 정책.

그래서 만든 게 "쿠키 전송 우회 프로그램" 입니다.

원리는 간단해요:
1. 제 PC로 카페24에 로그인 → 인증된 쿠키(세션)를 받음
2. 그 쿠키를 서버로 보냄
3. 서버가 그 쿠키를 달고 카페24에 요청 → 마치 "제 PC가 요청하는 것처럼" 동작

이걸 수동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되게 만들었어요. 제 PC가 주기적으로 쿠키 갱신해서 서버에 보내는 구조.

솔직히 크롤링도 이 방식으로 했으면 서버에서 돌릴 수 있었을 거예요. "쿠키 전송 방식으로 공급처 로그인도 되게 만들면 되지 않나?" - 맞아요, 되긴 해요. 근데 그 시점엔 이미 "크롤링은 로컬" 구조로 굳어져 있었고, 돌아가고 있는 걸 굳이 다시 뒤집을 동력이 없더라고요. 언젠가 시간 되면 바꿀 생각.

이런 식으로 "완벽하진 않은데 어쨌든 돌아가는 구조"가 여기저기 쌓여요. 엔지니어 입장에선 찝찝하겠지만, 혼자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돌아가면 일단 두고 다음 문제부터"가 맞는 선택이었어요.

API 쓸까 말까 - 결국 썼다

초반에 저는 API를 안 쓰려고 했어요.

  • API 쓰려면 따로 신청하고 승인받아야 함
  • 문서 읽고 이해하는 데 시간 듦
  • "웹 화면 자동화(Selenium 같은 거)"로 가면 눈에 보이는 대로 제어할 수 있으니 더 직관적으로 느껴졌음

그래서 한동안 웹 자동화 방식으로 등록을 돌렸어요. 근데 속도 차이가 너무 컸어요.

  • 웹 자동화: 하루 500개 수준
  • API: 하루 2,000개 이상 가능

사실 처음엔 "하루 2,000개 이상" 목표로 잡았어요. 근데 웹 자동화 돌려보니까 500개에서 막혀서, 결국 API 쓰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돌아서고 나니 "진작에 API 쓸 걸" 싶었지만, 뭐 배움의 과정이었죠.

교훈: "돌아가는 것 → 빠른 것" 순서가 맞긴 한데, "빠른 것"의 기준이 내 감이 아니라 실측 숫자여야 해요. "이게 빠르겠지" 하고 감으로 갔다가 한참 밀려납니다.

현재 구조 - 7단계 파이프라인

6주 지난 지금 기준, 이렇게 돌아가요:

1. 크롤링 (로컬 PC)
         └ 공급처 상품 페이지 수집

      2. DB 저장
         └ 서버 PostgreSQL로 전송

      3. 인증·규격 OCR
         └ Google Vision API로 이미지 텍스트 추출

      4. AI 파싱·최적화
         └ Claude API로 상품명·카테고리·옵션 구조화
         └ 공급처 메모까지 AI가 판단해서 빈 칸 채움

      5. 검증
         └ 필수 필드 누락 / 중복 / 이상값 체크

      6. 등록 (서버 → 카페24 / 스마트스토어)
         └ 카페24: 쿠키 전송 우회 방식
         └ 스마트스토어: API 직접

      7. 결과 모니터링
         └ 웹 대시보드(:5959)에서 실시간 상태 확인
      

2,000개 등록 완료됐고, 스마트스토어 쪽은 안정화됐어요. 카페24 쪽은 아직 보완 중. 엣지 케이스가 계속 나와서요.

진짜 깨달은 것 - 코딩보다 기획

6주 만든 뒤에 든 생각:

"AI는 코딩은 해준다. 그런데 기획은 못 해준다."

코드 쓰는 건 진짜 빨라요. "이런 함수 만들어줘" 하면 30초 만에 나옵니다. 근데 "어떤 함수를 만들어야 하는지"는 AI가 모릅니다. 그건 도메인 지식이 있어야 나와요.

판촉물 업계에서 3년 반 굴러본 저만 아는 게 이런 거였어요:
- 인쇄 부과방식이 왜 공급처마다 다른지 - 공장 설비 차이 때문
- 색상 옵션을 왜 이미지로만 주는 공급처가 많은지 - 옛날 시스템의 유산
- KC인증 정보가 왜 불완전한지 - 공급처 담당자 교체 주기 때문
- 고객이 어떤 조합을 잘 사는지 - 경험으로만 아는 것

이걸 AI한테 설명해줘야 그에 맞는 코드가 나와요. 설명 못 하면 AI는 일반적인 코드만 뱉습니다. 그 "일반적인 코드"가 판촉물에선 안 돌아가고요.

도메인 지식의 가치를 AI 쓰면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꼈어요. AI가 발전할수록 "기획할 줄 아는 사람"이 귀해집니다.

반대로 저는 이것도 깨달았어요. 저는 웬만한 개발자보다 기획은 훨씬 잘해요. 디자이너 출신이라 사용자 관점이 몸에 배어있고, 판촉물 3년 반 하면서 쌓인 도메인도 있고, 쇼핑몰 운영하면서 데이터 감각까지 생겼고요. 이걸 AI한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개발자 없이도 혼자서 이 정도 시스템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왜 안 쓰냐고요?

자, 이 글의 진짜 결말.

이렇게 6주 피 토하면서 만든 상품등록기, 지금 거의 안 씁니다. 2,000개 등록 후로 사실상 멈췄어요.

왜?

원래 목적은 판촉물 매출 살리기였어요. 상품을 대량으로 여러 플랫폼에 깔아야 AI 시대 검색에서 살아남으니까. 근데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이 일이 너무 재밌어요.

크롤링하다가 벽 만나서 해결하는 거, OCR 파이프라인 짜는 거, AI 에이전트 규칙 만드는 거, 대시보드 엎었다 다시 짓는 거 - 이게 판촉물 파는 것보다 10배 재밌습니다. 판촉물은 제가 그로스해커 뇌를 굴릴 수 있는 최소 조건의 업계였어요. 근데 AI 자동화는 제약이 훨씬 적고 가능성이 훨씬 많은 놀이터예요.

그래서 지금은:
- 판촉물 자동화는 기존 거래처 재주문 중심으로 유지
- 새 상품 등록은 필요할 때만 돌림
- 그 시간에 자동화 시스템 자체를 다듬고 있음

이게 돈이 될지는 솔직히 모릅니다. 같은 위기 겪는 자영업자들한테 솔루션으로 팔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실제로 구매가 일어날지는 출시해봐야 알죠.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요. 이 일이 너무 좋아서.

판촉물 매출 살리려고 만든 도구가, 판촉물 접고 다른 거 하고 싶어지는 결론으로 돌아온 거예요. 좀 웃기죠.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은 "비개발자가 Claude Code로 만든 ERP" 이야기예요. cafe24 연동해서 견적·주문·시안·발주·출고·정산까지 돌리는 시스템을 어떻게 짰는지. 상품등록기보다 더 복잡했고, 더 많이 엎었습니다.

그 다음엔 "AI가 중간에 거짓말하는 걸 잡아내는 46개 규칙" 이야기. 제가 Claude Code한테 몇 번 속고 만든 방어 체계예요.


저에 대해

주영. 판촉물 자영업자. AI로 바이브코딩 중.
- 21살부터 디자인 전 영역(웹·제품·영상·인쇄) + 마케팅·국가지원사업 경험, 판촉물 창업 3년 반차
- 2026년 2월부터 AI 자동화 전환 중
- 현재 운영 중 서비스: FreeToolbox.kr (무료 온라인 도구 포털), 판촉물가격비교, 마이비와이디홈(준비 중), 캐릭터 사주 서비스(한국어 준비 중)
- 이 블로그는 그 과정의 진짜 기록입니다

이 글은 2026년 4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스템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어요. 반년 후에 다시 쓰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백주영
판촉물 자영업자 · 바이브코더 · FreeToolbox 운영
판촉물 3년차 자영업 (웹디자이너 출신), 2026년부터 AI로 1인 자동화 중.
바이브코딩 ClaudeCode 쇼핑몰자동화 상품등록 카페24 스마트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