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물 사장이 무료 도구 사이트를 직접 만든 이유 - FreeToolbox의 시작

백주영 약 8분 읽기

요약
2026년 1월, 사람들이 검색 대신 ChatGPT에게 "기념품 뭐가 좋을까?"를 묻기 시작하면서 15년 해오던 판촉물 사업 매출이 반토막났습니다. 2월 24일 터미널을 처음으로 열고 Claude Code로 자동화를 시작했고, 만들다 보니 자영업자 누구나 쓸 수 있는 무료 도구들이 쌓였습니다. FreeToolbox는 그 결과물입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20대 초반에 웹 에이전시에서 2~3년 웹디자이너로 일한 게 전부였고, 그 후 15년 이상 개발 현장과 떨어져 있었어요. "스키마"·"ORM"·"마이그레이션" 같은 백엔드 상급 용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255개 이상의 무료 온라인 도구를 운영하고 있고, 60개 이상의 사이트를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6주 전까지만 해도 제 일과는 상품 사진 업로드와 거래처 전화 응대였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FreeToolbox가 왜 존재하는지, 솔직하게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2026년 1월, 매출이 반토막났다

15년 정도 판촉물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운영하면서 꽤 꾸준히 많은 돈을 벌던 시기도 있었어요. 네이버 검색 기반으로 돌아가는 사업이었죠. 사람들이 "회사 10주년 기념품", "개업 답례품", "사은품 수건"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제 쇼핑몰이 상위에 뜨고, 주문이 들어오는 구조였습니다.

2026년 1월부터 매출이 뚝뚝 떨어졌어요. 처음엔 계절 영향인 줄 알았는데 2월이 돼도 회복이 안 됐습니다. 원인을 파보니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사람들이 네이버가 아니라 ChatGPT와 Claude에게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50명 정도 들어가는 학회 기념품 추천해줘" 같은 질문을 AI에게 하면, AI가 바로 추천 제품과 예상 단가를 알려줍니다. 사용자는 그 답만 보고 특정 쇼핑몰로 이동하거나, AI가 추천한 제품명으로 쇼핑몰 검색을 하죠. 수천 곳의 판촉물 업체가 경쟁하던 네이버 검색 결과 페이지를 AI가 건너뛰어 버린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제로 클릭 시대"라고 부릅니다. 저한테는 "망할 수도 있는 시대"였어요.

처음엔 화가 났고, 그 다음엔 AI를 쓰기로 했다

화가 나는 감정은 2~3일 만에 지나갔습니다. 사실 AI 탓을 해봐야 매출이 돌아오진 않으니까요. 생각을 뒤집어보면 결론은 간단했어요.

"AI가 내 상품을 잘 찾을 수 있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러려면 내 상품이 AI가 인식하기 좋은 형태로 여러 플랫폼에 골고루 올라가 있어야 해요. 근데 수천 개 상품을 일일이 재정리하는 건 수작업으로는 답이 없었어요. 그래서 상품 자동 등록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2026년 2월 24일, 저는 처음으로 터미널을 열었습니다. Claude Code를 설치했습니다.

터미널을 열어보니

그때 깨달았어요. 15년 전의 저를 막았던 건 "개발 자체"가 아니라 "언어 장벽"이었구나.

머릿속에 로직은 그려지는데, 그걸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으로 옮기는 과정이 저한테는 늘 고문이었어요. 세미콜론, 변수 스코프, 라이브러리 의존성 - 이런 게 제 사고의 내용과는 무관한 부차적 작업인데 거기서 에너지가 다 빠졌습니다.

AI 시대에는 그 장벽이 사라졌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은 "머릿속 로직을 언어 문법으로 번역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만들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이었습니다. 설계와 지휘. 이건 제가 평생 해왔던 일 그 자체였어요.

6주의 폭발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6주 동안 제가 만든 것들을 적어봅니다. 자랑이 아니라 AI 시대에 혼자서 이 정도가 가능하다는 증거로 남기는 거예요.

  • ERP 시스템 (견적·주문·시안·발주·출고·배송·정산·거래처·품목)
  • 크롤링 + DB 대조 + 인증 체크 + OCR + AI 상품 최적화 파이프라인
  • 60개 이상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관리 구조
  • 워드프레스 멀티사이트 블로그 7개 (자동 포스팅 스케줄링)
  • 판촉물 가격비교 사이트 (636종 상품, 3시간 주기 자동 크롤링)
  • AI 에이전트 운영 규칙서 46개 파일
  • Claude Code 세션 5개를 병렬로 돌리는 구조
  • 그리고 FreeToolbox - 255개 이상의 무료 도구 사이트

솔직히 말하면, 현업 개발자라면 이 정도 시스템을 저보다 훨씬 빨리 만들었을 겁니다. 다만 "15년 이상 개발 현장을 떠나있던, 배포가 뭔지도 모르던 자영업자가 6주 만에 여기까지 온 것"은 드문 일일 겁니다.

더 중요한 건, 제가 판촉물 업계 내부자였기 때문에 외부 개발자가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외부 개발자는 판촉물 업계에서 무엇이 병목이고 무엇이 기회인지 모릅니다. 저는 15년 동안 그걸 봐왔고요.

FreeToolbox는 왜 만들었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수많은 작은 유틸리티가 필요했어요. 글자수를 세야 할 때, 이미지 용량을 줄여야 할 때, JSON을 정리해야 할 때, QR 코드를 만들어야 할 때, 영문 주소를 변환해야 할 때....

매번 검색해서 아무 사이트나 들어가면:
- 회원가입하라고 막고
- 워터마크를 찍고
- 광고가 화면 절반을 덮고
- "프리미엄 가입하세요" 팝업이 뜹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매번 내 이미지, 내 텍스트, 내 데이터가 어디론가 올라가는 게 찜찜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쓰려고 브라우저에서만 돌아가는 도구들을 하나씩 만들었어요. 이미지 압축은 브라우저의 Canvas API로, QR 생성은 JavaScript 라이브러리로, 만나이 계산은 단순한 자바스크립트로. 서버가 필요 없고, 업로드가 필요 없는 도구들이었습니다.

몇 개 만들어놓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자영업자들도 다 필요한 거잖아." 세금 계산, 수수료 계산, 영문 주소 변환, 사업자 휴업/폐업 조회... 제가 매일 쓰는 도구들은 다른 자영업자들도 똑같이 필요할 거라는 감이 왔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쌓다 보니 255개가 넘었습니다. 2026년 3월 FreeToolbox를 오픈했고, 2026년 4월 현재까지 운영 중입니다.

한국 특화 도구에 힘을 준 이유

FreeToolbox에는 "한국 특화 도구"가 다수 있습니다. 이게 전체 카테고리 중 가장 큰 비중이에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해외 툴 사이트는 영어 기반이라 한국인이 쓰기엔 불편합니다. 게다가 만나이 계산, 음력 변환, 한자 변환, 사업자 휴업/폐업 조회, 영문 주소 변환같은 건 한국에서만 필요한 것이라 해외에 아예 없어요.

예를 들면 영문주소 변환기. 해외직구 주문할 때나 해외에서 명함 만들 때 한국 주소를 영문으로 써야 할 일이 생겨요.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152"를 "152, Teheran-ro, Gangnam-gu, Seoul"로 바꾸는 게 생각보다 헷갈립니다. 도로명이랑 지번 순서도 뒤집히고요. 정부24나 우정사업본부에서도 변환을 해주긴 하는데, 로그인을 해야 하니 귀찮아요. FreeToolbox에선 입력 한 번, 복사 한 번으로 끝납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인이 매번 귀찮아하지만 대체재가 별로 없는" 영역에 집중했습니다. 15년 자영업 경험으로 어떤 게 실무에서 병목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수익은 어떻게 내나요

솔직하게 씁니다. FreeToolbox는 광고 수익으로 운영됩니다. 구글 애드센스 승인 심사 중이고, 승인되면 일부 페이지에 광고가 표시됩니다. 이 수익으로 서버비·도메인비·개발비(주로 AI API 사용료)를 충당할 계획입니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봐 붙여두면, FreeToolbox가 제 메인 사업은 아니에요. 메인은 여전히 판촉물 쇼핑몰이고, 그 옆에서 자영업자용 AI 자동화 솔루션도 준비 중입니다. FreeToolbox는 그 과정에서 "만든 김에 공개한" 도구들이 쌓인 사이트라고 보시면 돼요.

앞으로의 계획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국 특화 도구를 꾸준히 늘립니다. 지금도 꾸준히 늘리고 있고,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자영업자들이 자주 쓰는 계산기·변환기·조회 도구 위주로 추가합니다. 혹시 "이런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이메일로 제안 주세요. 실제로 지난달 사용자 제안으로 7개 도구가 추가됐습니다.

둘째, 블로그를 확장합니다. 단순 도구 설명이 아니라, 실무에서 쓸 때 헷갈리는 개념들을 정리하는 가이드를 씁니다. 이 글도 그 일환이에요. 퇴직금 계산, 만나이 해석, 연차 규정, 부동산 면적 개념처럼 "계산기만 있어선 답이 안 나오는" 주제들이 많습니다.

마치며 - 처음 연 터미널

돌이켜 보면, 저는 20대 초반부터 "시장 구조를 읽고 빈틈을 찾는 일"에 끌리던 사람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디자인보다 "이 상품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릴까"를 고민하는 게 더 재밌었어요.

그때는 이걸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이라고 부른다는 걸 몰랐습니다. 판촉물 사업 15년도, 사실 이 그로스해킹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다닌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AI 시대는 저에게 처음엔 위기였습니다. 2026년 1월, 매출이 떨어질 때 정말로 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40살에 드디어 내 진짜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15년 전 나를 막았던 언어 장벽이 사라지고, 내 머릿속 아이디어가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경험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어요.

판촉물 매출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대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FreeToolbox는 그 여정의 작은 흔적입니다.

이 글이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FreeToolbox를 쓰면서 "이거 괜찮네" 싶으시면, 필요한 친구에게 공유해주세요. 그게 1인 운영자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관련 링크
- FreeToolbox 홈
- 운영자 소개 (About)
- 블로그 - 다른 글 보기

백주영 · 2026년 4월 16일

백주영
판촉물 자영업자 · 바이브코더 · FreeToolbox 운영
판촉물 3년차 자영업 (웹디자이너 출신), 2026년부터 AI로 1인 자동화 중.
창업기 AI 자동화 자영업 판촉물 FreeToolbox